Travel/몽골

나홀로 몽골 여행기 - 4/10 (Day 5 - 호수 반대편 마을에 가다)

왼손으로그린별 2024. 4. 22. 15:56

지난 밤을 같이 보냈던 대만 친구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고 나는 가이드 아저씨와 함께 투어를 가기로 했다. 오늘의 투어 내용은 얼어붙은 호수를 건너 호수 서쪽 부근에 있는 산을 올라가는 것이었다. 출발하자마자 처음 보는 호수의 경치는 그야말로 미쳤다... 꽁꽁 얼어붙은 호수 위를 고양이...가 아닌 자동차가 달리는 것도 진짜 재밌었다.

 

그렇게 출발한지 몇 분이 지났을까 가이드 아저씨가 갑자기 분주해 보였다. 숙소에 있는 다른 사람과 통화를 몇번 하더니 음식을 놓고 와서 다시 가지러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아저씨는 미안한 표정으로 나에게 같이 숙소로 돌아갈래, 아니면 여기서 혼자 좀 걷고 있을래 물어 보았고 자동차도 달리는데 별일 없겠지 싶어 그냥 좀 걷고 있는다고 했다.

혹시 몰라서 어느정도 걸리냐고 물어보았는데 최대 한 시간이라고 하여 조금 놀라긴 했는데.... 혼자 내버려두는 거 보면 안전하니까 내버려두겠지... 싶어서 갔다오라고 했다.

 

계속 걷는데 얼음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길래.... 조금 무서워서 최대한 자동차 바퀴 자국이 있는 곳 근처로 걸었다.

한 2~30분 쯤 걸었을까 아저씨가 다시 차를 끌고 돌아왔다. 생각보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데 혹시 모를까봐 넉넉하게 시간을 얘기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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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이 좋아질 것만 같다

 

그렇게 차를 타고 다시 달려가는 도중에 나는 무심코 여행 계획 전 가고 싶어했던 호수 북쪽 끝 마을에 가고 싶었는데 못 가서 아쉽다고 했다. (몽골 도착 전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과 얘기했었는데 안전 상의 이유로 가기 힘들다고 답변받았다.) 그냥 포기하고 있어서 가이드 아저씨한테 스몰톡 겸 넌지시 얘기를 건넨건데 갑자기 아저씨가 사장님이랑 통화를 하더니 갈 수 있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가이드 아저씨는 얼음 상태가 좋으면 당일치기가 가능하지만 나만 1박을 할 수도 아저씨까지 1박을 할 수도 못갈 수도 있다...라고 얘기를 했다. 아마도 정확히 얼음 상태가 어떨지, 오후에는 얼음 상태가 어떻게 변할지 장담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일듯...? 결국 우리는 혹시 모를 1박을 대비해 숙소로 돌아가 짐을 다시 챙기기로 하고... 출발 후 두번째 숙소 복귀를 하고야 말았다 ㅋㅋㅋㅋ 나는 안경과 칫솔 충전기 등등을 챙기고 드디어 진짜로 다시 출발했다.

다시 ㄱㄱㄱ

 

진짜로 출발하는 줄 알았는데 가이드 아저씨가 갑자기 다른 쪽으로 가더니 나무로 집을 짓고 있는 사람들에게 갔다. 알고보니 호수에 크게 금이 가 있을 경우를 대비해 차가 지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러 간 것이었다. 진짜 다시 출발을 했고 가이드 아저씨에게 혹시 갑작스런 스케쥴 변경이 폐가 될까 싶어서 북쪽으로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냐... 라고 둘러 물어보았는데 은근히 많았던 모양이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인터넷으로는 아무리 찾아도 정보가 잘 안나왔는데 현지에서 직접 물어보는게 역시 장땡이긴 하다.

큰 크랙은 이미 지난 번에 아저씨가 다녀온 길을 마킹해두어서 크랙을 만날 때마다 길을 만들고 차로 뛰어넘었다...ㄷㄷ 목적지 근처에 왔을 때는 더 이상 크랙이 없어 신나게 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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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움직이는 방향이 달라 이렇게 솟아오른다고 한다

 

오후 2시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Khankh라고 불리기도 하고 구글맵 상에는 Turt라고 적혀있는 곳이기도 했다. 생각보다 진짜 작은 마을이었다. 도착 직후 아저씨 친구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의 문을 두드려 보았으나 아무도 없는 듯했다. 둘 다 배가 고파서 근처 식당을 가서 밥을 먹기로 했고 나는 무슨 수프를 먹었다. 카레 향도 조금 나고 그래서 먹을 만은 했다. 근데 사먹을 거였으면 왜 처음에 음식 가지러 간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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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마을이었다

 

마을을 구경하며 천천히 내려간 후 호수 끝자락까지 가보았다. 호수 뒤편에는 러시아와 몽골의 국경이 되는 산맥이 보였고 오늘 본 경치 중 가장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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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실력이 모자라 느낌을 다 담지 못했다...

 

다행히 얼음 상태가 나쁘지 않아 바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왔던 길로 가기도 하고 다른 길로 가기도 하며 돌아가고 있는데, 어떤 포터 트럭 하나가 벌벌대면서 지나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가이드 아저씨는 트럭을 세우고 몽골어로 서로 얘기를 한 뒤에 나에게 설명하기를 '트럭 기사가 중앙 몽골 출신인데 일때문에 이 곳에 와 있어. 근데 이 지역 출신이 아니라 얼음 위를 운전할 때마다 너무 무섭다고 하더라.' 그리고 안전한 길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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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경치는 또 색다르게 멋졌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가고 우리가 먼저 간 길을 트럭이 뒤따라 오기로 했다. 눈이 조금 쌓여 있어서 바퀴 자국이 다 남기 때문에 쉽게 따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크랙 위로 지나다닐 만한 곳을 찾고 있다

 

다시 돌아가던 길에 멋있게 생긴 바위가 있어 우린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트럭 아저씨가 어디론가 자신감 있게 질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가이드 아저씨가 급하게 손짓하고 소리지르면서 거기 아니라고 말했다...! 다행히 트럭은 우리를 봤는지 빨리 멈췄고 다시 우리가 먼저 안전한 길을 따라 출발했다. 아까 트럭 아저씨가 가던 길로 이어지는 곳을 보니 물이 찰랑찰랑하고 얼음이 거의 녹은... 부분이었다. 트럭 아저씨는 우리 일행을 만난 게 천만다행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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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배를 타고 저 섬에 간다고 한다

 

 

돌아가는 와중에도 아저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자꾸 아리랑을 부르는 거이었다. 알고보니 다른 한국인 여행자가 알려 준 노래라고 했다. 아저씨가 진짜 아리랑 노래에 꽂힌 것 같아서 유튜브로 아리랑을 좀 찾아 틀어주었다...ㅋㅋㅋㅋ

어느덧 출발했던 곳 근처에 도착했고 차가 땅을 밟았을 때는 왠지모를 안도감이 느껴졌다. 아저씨는 잠시 멈춰 트럭을 기다렸고 트럭 아저씨는 감사를 표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드디어 땅을 밟았다!

 

오늘의 여정

 

운전을 한 건 아니지만 하루종일 차를 타고 이동해서 은근 피곤했다. 그래도 저녁을 먹고 샤워를 좀 하니 충전되는 기분이 들어 잠깐 근처 산책을 나가볼려고 했다. 마침 숙소에서 키우는 허스키가 보이길래 조금 쓰다듬어 주면서 같이 산책을 가자고 꼬드겼다 ㅋㅋㅋ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다 슈퍼마켓에서 맥주나 사가야지 해서 슈퍼마켓을 들렸고 강아지는 밖에서 잠깐 기다리라고 하였다. 맥주와 과자를 사면서 나오는데 녀석이 꼬리를 흔들면서 비닐봉투 냄새를 맡는 것이었다.... 괜히 미안해서 다시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가 강아지가 먹을 만한 것을 좀 샀다...

 

이름은 <막스>였다

 

그런데 뭘 좀 사고나니 밖이 많이 깜깜해지기도 했고 구글 맵에는 골목길이 자세히 나와있지 않아서.... 암튼 길을 잃었다.. 좀 당황했지만 댕댕이 녀석이 길을 아는 듯해서 그 녀석을 따라갔다 ㅎㅎ 똑똑한 녀석이라 금세 숙소 앞으로 나를 데려다 주었는데 따로 볼 일이 있는지 다시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ㅜㅜ